2018년 5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 가족에게 올립니다.

며칠째 비가 내리네요. 집 안에 있는 식물가족들은 비를 머금어 싱그럽고 영롱하게 생기를 발하고, 집 바깥에 있는 동물가족은 비를 피해 자기만의 공간에서 눈을 끔뻑거리네요. 라브리에 오신 손님들은 모처럼의 휴일을 맞아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질문들을 쏟아내고 있고, 인경 간사는 기독교를 변증 하시는지 이야기꽃을 피우시는지 아무튼 신이 나셨네요. 나니아에 있는 경옥 간사는 라브리 손님들을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고 있고, 별채의 충성 간사는 비세는 곳은 없는지 오늘도 발 빠르게 오가며 살피고 있네요. 백암당에 있는 저는 비가 주는 어닝(발코니나 테라스에 설치되는 천막 같은 것)같은 포근함으로 모처럼의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라브리 기도 가족들이 생각나 편지를 올립니다.

4월 30일부터 시작된 학기가 어느새 2주를 넘어가고 있네요. 지난 주말에는 손님들도 많이 온데다가 칠곡중앙교회 청년들이 찾아와서 주일에는 김정식홀이 비좁을 지경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라브리 연구원들의 강의를 듣고 질문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첫 날 장윤석 선생이 발표한 ‘정직한 질문, 정직한 대답’ 시간에는 부산에서 가족과 함께 올라오신 한 권사님이 너무 감격한 나머지 울면서 질문하는 바람에 모두가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다음 날 웃으면서 떠난 그 권사님 가족은 그동안 기독교에 대한 잘못된 지식으로 눌려있던 굴레에서 해방된 얼굴이 빛이 났습니다.

둘째 날에는 조창희 박사가 발표한 ‘사후피임약 사용은 성경적으로 옳은 것인가’란 강의는 밤이 늦도록 많은 질문을 낳았는데, 그동안 잘못 알았던 지식들을 수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셋째 날 오전에 성기진 박사가 ‘4차 산업과 인간의 책임’이란 강의를 했는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정보 사회의 윤리적 방향에 대해 더 분명히 알 수 있었고, 거짓정보에 속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잘 배울 수 있었습니다. 손님들이 많으면 간사들은 사랑해야 할 것과, 해야 할 것과, 생각할 것들이 넘쳐납니다. 지난 주 말이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에 저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 홍콩 청년 ‘조이(Joy)’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조이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2년 동안 아일랜드에서 일하며 공부하느라 너무나 고달프고 힘든 일상을 보낸 20대 초의 여성입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지진과 같은 모진 시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체험을 많이 하고 왔습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짓기 위해서는 신비적인 영적 체험의 기둥만 아니라 하나님을 아는 바른 지식의 기둥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같이 공부했습니다. 바른 분별력이 없이 체험 하나만으로는 넘어지기 쉬우니까요. 조이는 제주도로 놀러가지 않고 라브리에 온 것을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조이를 보며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요즘 저는 라브리에서 일하는 것이 조금씩 힘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인간적인 외로움과 고된 일들로 고갈되는 체력과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하는 지혜의 부족 등으로 ‘라브리 사역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홍콩 청년의 방문은 제가 왜 라브리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초심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고,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라브리를 세상에 남겨 놓으신 이유를 상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라브리에서 제가 만난 청년들의 얼굴들이 하나씩 생각이 나면서 그들이 남겨 놓고 간 짤막한 편지들과 간사들의 위로와 사랑 그리고 여러분의 기도로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 조이와 저를 위해 그리고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간사들을 위해 생각나실 때마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학기는 6월 23일에 마치고 잠시 쉰 후에, 7월 16일에 다시 시작해서 8월 18일에 마무리 하게 됩니다. 이번 학기 동안에도 하나님께서 살아 역사하셔서 꼭 필요한 손님들이 찾아오고, 그 손님들과 함께 라브리 가족에게 필요한 것들을 채워 주시기를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날로 더워지는 날씨에 간사들이 영, 육간에 지치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잘 돌볼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해 주세요. 특히 인경 간사의 건강과 혜진씨의 소화기관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음 학기에는 작년과 같이 기독교 세계관 포럼을 2회에 걸쳐 오픈 할 예정입니다. 기독교 세계관을 가지고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 오피니언 리더들이 자발적으로 에세이나 소논문을 써 와서 발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그런 청년들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와 역사가 흘러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독교세계관 포럼

  • 1차: 7월 27일(금) ~ 29일(일)
  • 2차: 8월 3일(금) ~ 5일(일)
  • 발제 신청 마감: 6월 6일까지, cslabri@gmail.com
  • 발제 원고 마감일: 7월 15일까지, cslabri@gmail.com

감사 기도도 부탁 드려야 하겠네요. 올해 가을에는 안식월을 가지려고 합니다. 비록 12주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8월 27일부터 11월 17일까지, 라브리의 모든 간사들이 쉬려고 합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돌보며 지친 인경, 경옥 간사와, 부모가 하는 일을 돕느라 수고한 혜진, 의진씨가 조금이나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바랍니다. 그동안 충성 간사는 캐나다 라브리를 다녀올 예정이고, 저는 네덜란드 라브리를 다녀올 예정인데 라브리의 정신과 철학을 좀 더 배우며 다른 라브리 가족들을 좀 만나보려고 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귀한 선물이니만큼 저희 간사들이 그 시간을 소중히 잘 쓸 수 있도록, 안식월에 필요한 것이 잘 채워 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물론 안식월 기간에 재건축과 수리가 이루어지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별채(구 주유소)와 라브리 뒷산 매입 등이 이루어지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집이라 수리 할 곳도 많고, 간사들을 위한 숙소와 손님 숙소도 필요합니다.

얼마 전에 “온 율법은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 같이 하라 하신 한 말씀에서 이루어졌나니”(갈라디아서 5:14)라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내 자신을 건강하게 사랑하지 못하면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자신을 바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몇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1)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2) 나 자신의 죄성과 타협을 잘한다. 3) 남들에게는 좋은 것을 가르치고 좋은 것을 주면서 나에게는 좋은 것을 잘 주지 않는다. 4) 타인에게 나를 지나치게 맞추려고 한다. 5) 나의 문제를 남 탓으로 잘 돌린다. 자신에 대한 이기적 사랑도 비하적 사랑도 아닌, 하나님 형상으로 만들어진 존재로서 건강하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매 순간순간 죄의 노예가 아닌 주님의 주시는 자유 안에서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2018년 5월 17일

여름을 재촉하는 비 내리는 날 백암당에서 삼원 올림

L'Abri Newsletter, May 2018

May 17, 2018

Dear L’Abri praying family,

It’s been raining for a few days now. Trees and flowers glisten with life; our outdoor dogs and cats blink lazily in their own shelters. Our guests seem to be enjoying the serenity and taking it as an opportunity finally to ask questions that they have been afraid to share so far. This means InKyung is having a lot of fun, not only doing apologetics but also just chatting with everyone. KyungOk, meanwhile, is busy in her Narnia kitchen serving all the people who come; ChungSeong in the old gas station keeps checking for leaks. The spring rain feels snug and comfortable, as if God had added a translucent awning outside my windows. It is a good day to press the Pause button on my usually busy life and write to you.

The current term opened on April 30; it’s been a fortnight already. Last weekend, we had a lot of guests thanks to the young adults group from Chilgok Jungang Church. Even our main lecture hall was not large enough for the crowd! Our research fellows presented a paper each day. On the first day, YunSeok shared what he learned at L’Abri in a talk titled “Honest questions, honest answers.” A woman from Busan, who came with her family, was so moved during the discussions that she cried as she asked questions. As she left L’Abri the next day, her face shined with newfound freedom from all the wrong knowledge about Christianity that had been oppressing her.

On the second day, Dr. ChangHee Cho gave a lecture on morning-after pills. This led to many questions and discussions into the night and helped us think about these issues based on exact knowledge of the biology involved. On the third day, Kijin presented a paper on AI, blockchain, big data, and human responsibility, showing us how we might live ethically in this age of information and how to avoid being deceived by the flood of misinformation. The more guests we serve, the more we learn to love, work harder, and think harder. Last weekend was a precious time of learning in all these respects.

I cannot forget Joy, a student from Hong Kong, whose parting words gave me so much strength I almost feel like I’m starting my life again. Joy is in her early 20s, but she had been through a lot of hardship working in studying in Ireland for the past two years; she’d also been blessed with great experiences of faith during these times. At L’Abri, however, she learned that spiritual experience is only one of the two pillars that support an unwavering Christian, and that the other pillar is true knowledge of God. Without good discernment, even a passionate Christian can stumble so easily. As she left, Joy told me that she is thankful for visiting L’Abri instead of sightseeing in Jeju island.

For me, tutoring Joy was a time for much-needed introspection. I had been getting a bit fatigued with L’Abri work lately. All the hard labor, loneliness despite an endless stream of guests, and the constant feeling that I’m not wise enough to serve them had led me to doubt my ability to continue to work here. But Joy reminded me why I wanted to be here in the first place, and why God has permitted L’Abri to survive in this harsh world for so long. As I remembered not only Joy but the faces of all the young men and women I’ve met here, the letters they left behind, the words of love and consolation from my coworkers, and all the prayers that you have been so faithful to offer on our behalf, I found strength again. Please pray for Joy, for me, and for everyone else who work and stay here whenever you remember us.

The current term lasts until June 23. After a short break, we will have a summer term from July 16 to August 18. Please pray that God will work to bring the people who need L’Abri, and also provide everything we need to serve them. Please pray for the workers’ health so that they can endure the hot season to come. Please pray in particular for InKyung and his daughter Haejin.

During the summer, we will hold two sessions of Christian Worldview Forum like last year. It will be a time for young opinion leaders who are living in this world with a Christian viewpoint to share their lives and ideas with short papers and presentations. Please pray for these young men and women so that that the Kingdom of God will be built on their work.

Christian Worldview Forum

  • First session: July 27-29
  • Second session: August 3-5
  • Paper proposal deadline: June 6, cslabri@gmail.com
  • Full paper deadline: July 15, cslabri@gmail.com

With thanks, we have another prayer request. All the workers have been allowed a short sabbatical in the autumn, from August 27 to November 17. Please pray that this will give InKyung and KyungOk much-needed rest to take care of their own health, and their children Haejin and Euijin some respite from the stress of life at L’Abri. ChungSeong will visit Canadian L’Abri during this time, and I’m planning to go to Dutch L’Abri. We hope this exchange will help us learn the spirit and philosophy of L’Abri better, and to get acquainted with the international family.

This is a great gift from God, so please pray that we will use the opportunity wisely and that God will provide what we need during this time. We are hoping that the renovation we’ve been planning will take place during this three-month window; but in order for this to happen, the donor who promised to purchase the old gas station and mountain for us must act fast. There are a lot of places that need to be repaired, and we are badly in need of more room for workers and guests alike.

Galatians 5:14 says that the entire law is fulfilled in keeping this one command: “Love your neighbor as yourself.” I learned the hard way that it’s not possible to love my neighbors unless I know how to love myself a healthy way. There are several ways in which even a well-meaning person can fail to love herself: 1) not admitting the way she is, 2) easily compromising with her sinful nature, 3) trying hard to give and teach good things to others but not allowing herself anything good, 4) trying too hard to conform to the desires of others, and 5) blaming others for her own problems when they inevitably come to the surface. We should neither love ourselves to the detriment of others nor disparage ourselves in the guise of love. Each of us is a human being made in the image of God. We must love and be at peace with ourselves, secure in the knowledge of God’s greatest gift of all: freedom from the shackles of sin. Please pray that both you and I can enjoy this peace every moment.

As rain hastens the arrival of summer, with love,

SamWon

Translated by Kijin 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