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라브리 가족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은혜로 지난 한 해도 잘 지내셨지요?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로 인한 긴장으로 현재 한국 땅은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이 나라를 지켜주시지 않으시면, 한 순간도 평화를 맛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여러 나라의 흥망성쇠, 이스라엘과 유다의 멸망 등이 우리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부정부패(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와 ‘돈과 출세’라는 우상 숭배, 동성애, 낙태 등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일은 골라서 하고 있는 이 땅에서, 우리 모두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며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나라가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누가 와서 조용히 기도하고 공부하겠느냐?”고 많은 분들이 염려를 해주셨습니다. 저희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로 봄, 가을에는 한 두 사람밖에 없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름과 추석 연휴에는 집이 터질 것 같이 손님이 많이 오기도 했습니다.

이 곳에서 한 시간 남짓 북쪽으로 달리면 군사분계선이 있고 통일전망대가 있습니다. 그 너머에선 일 년 내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그리고 살인과 숙청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6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 곳에선 ‘잔치’가 일 년 내내 벌어졌습니다. 마치 자기 민족의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에스더가 약 10번의 크고 작은 잔치를 본 것처럼 말입니다.

저희가 에스더를 공부하면서 발견한 것인데, 거기에는 1) 아하수에로나 하만처럼 자기 권력과 부귀를 자랑하기 위해 연 잔치도 있고, 2) 왕비를 맞이했거나 죽음에서 살아난 기쁨을 나누기 위해 연 잔치도 있지만, 3) 에스더가 연 잔치처럼 절체절명의 위기와 절망과 통곡 속에서 잠시라도 위로와 평화를 맛보며 하나님의 때를 살피는 잔치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성격의 잔치를 많이 열었습니다.

1월 초에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와 라브리가 공동주최한 제2회 기독교세계관학교는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로 알아가는 풍성한 잔치였습니다. 특히 네덜란드 라브리의 빔 리트께르크 목사가 전해 준 ‘유럽의 난민사태에 대한 기독교적 시각’은 우리의 눈을 열어 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3회 기독교세계관학교는 연기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세계관학교의 후속 조치로, 청년 강사 개발을 위한 세계관 포럼이 여름에 두 번 열렸습니다. 첫 번째 포럼에 왔다가 두 번째 포럼에 어머니와 언니까지 모시고 다시 온 상희 씨가 기억나네요. 내년에는 상희씨도 발표할 것이 있을 만큼 치열하게 살겠다고 다짐하고 돌아갔습니다. 세계관 포럼은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보려는 젊은이들의 몸부림이요 실험실이자 ‘하나님의 지혜’가 드러나는 풍성한 잔치였습니다.

대안학교 학생들의 방문은 라브리로서는 색다른 모험이자 활기 넘치는 잔치였습니다. 로고스고전학교 학생들과 부모들의 두 번째 방문,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소명고등학교 고3 학생들의 ‘2박 3일 프로그램’은 18-19살 소년 소녀들의 신선한 질문과 대답이 넘치는 잔치였습니다.

주일 채플에 참석하는 현우, 혜주 성도의 딸, 태어난 지 백일이 된 시연이의 유아세례식도 빼놓을 수 없네요. 하나님의 언약백성임을 발표하는 큰 잔치였습니다. 시연이도 자기를 위한 잔칫날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울지 않고 잔치를 즐기는 표정이었습니다.

올해 라브리의 최고 잔치는 현석과 수빈의 결혼식이었습니다. 한 부부가 아름답게 태어나도록 도와주다보니, 라브리에서 결혼식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대접하는 기회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50 여명이 모인 작은 결혼식이었지만(저희에게는 큰 잔치였지만요), 모두가 즐겁고 음식이 풍성한 잔치가 된 것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라브리로서는 처음 준비한 결혼식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가 부족했으나, 간사들의 수고와 가까운 성도들의 도움으로 가능했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섬기며 살겠다고 결심한 현석, 수빈 부부에게 하나님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해 주세요. 혹시 하객들 중 하나님을 모르는 분들에게, 그리고 결혼관계가 회복될 필요가 있는 부부들에게 하나님이 지금도 찾아가서 일하시기를 기도해 주세요.

그 외에도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청년들이 있을 때마다 혹은 청년들이 자기 갈 길을 찾을 때마다 저희는 ‘잔치’를 열었습니다. 그 때의 잔치라고 해 봐야 작은 케이크를 하나 나누어 먹든지 포도주를 한 잔 나누어 마시는 정도이지만, “여기는 날마다 천국잔치가 열려서 좋겠다.”고 말씀하시던 분이 있을 정도로 자주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뜻밖에도 닭 10 마리가 선물로 들어왔습니다. 잔치에 쓰일 음식까지 보내주신 주님과 보내주신 손길에 감사를 드립니다. 잔치 준비로 바빠서 성탄절의 주인이 누구인지 잊지 않게 기도해 주세요. “근본 하나님의 본체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니.”(빌립보서 2:6-8)

지금 생각하면 연초에 ‘주님의 십자가 교회’로부터 오븐 네 개를 얻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하는 식탁도 줄어들고, 고통이 가득한 이 시대에, 예수님을 대신하여 간소한 잔치를 마련하는 것은 하나님이 맡기신 라브리의 엄숙한 사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충성, 삼원, 줄리아, 경옥, 인경은 한 해 동안 매일 잔치를 준비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인생의 온갖 위기와 절망과 통곡 속에 사는 이들을 위해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를 접시와 저희 삶에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저희가 하나님의 은혜로 내년에도 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겨울에는 1월 5일 - 2월 10일, 3월 1일 - 4월 1일 두 번의 잔치를 마련합니다. 첫 번째 학기는 일상적인 학기로 운영할 예정이나, 두 번째 학기에는 매주 금, 토요일에는 다음과 같은 책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3.5-3.10: 프란시스 쉐퍼의 <이성에서의 도피> 3.12-3.17: 스티브 윌킨스, 마크 샌포드의 <은밀한 세계관> 3.19-3.24: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호모 데우스> 3.26-3.21: 박경옥, 성인경의 <청년연가>

마지막으로, 저희 부부가 쓴 책 『청년연가, 한국라브리이야기: A Love Song for Young Truth-Seekers』가 곧 예영커뮤니케이션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저희 부부이지만 -- 물론 하나님이 하신 일이고요 -- 기도와 헌금으로 함께 일해 주신 여러분이야말로 공저자들이십니다. 이 책이 하나님이 살아계심과 진리가 여전히 능력 있음을 드러내는데 부족하나마 사용되기를 기도 해 주세요. 저희가 지난 기록들을 뒤져가며 썼지만, 혹시라도 기억을 잘못하여 오류가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한국라브리 초창기에 여러 가지로 도와주신 고 김승태 장로님과 김 장로님의 출판 사업을 잇고 계시는 원성삼 권사님에게 헌정되었습니다.

이번 성탄절과 연말연시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여러분과 가득하시기를 바라며, 크나 큰 하나님 나라의 한 모퉁이를 섬기는 작디작은 라브리와 함께 일해오신 라브리 가족 여러분께 감사의 큰 절을 올립니다.

2017년 12월 22일

양양에서 박경옥 올림

L'Abri Newsletter, December 2017

December 22, 2017

Dear L’Abri praying family,

I hope your year has been blessed by God’s grace. Here in Korea, we are under a constant threat of war due to the nuclear ambitions of North Korea and the tension with China regarding our THAAD missile defense system. The only reason we still have peace is because God has been mercifully protecting us.

The rise and fall of many nations come to mind, including the ruin of Israel and Judah in the Old Testament. Sadly, our society is just as corrupt as those fallen kingdoms had been; and the church is scarcely better. The world seems bent on doing exactly what our Father hates the most – worshipping the idols of money and success, and celebrating homosexuality and abortion. How should we live in such times, apart from begging God for mercy yet again?

Many of you have expressed concern, wondering who would want to pray and study quietly at L’Abri when the whole world seems to be preoccupied with creating chaos. We were similarly worried; during the spring and autumn, there were times when we only had one or two visitors. During the summer and Chuseok holiday, however, the house was just as full as ever before.

An hour’s drive north from here is the DMZ and Unification Observatory. Beyond that point lies the horror of nuclear weapons, intercontinental missiles, and an endless stream of murders and purges. But here at L’Abri, barely forty miles away, we’ve been enjoying feasts all year long – just as Esther saw 10 feasts amid the impending genocide of her own people.

As we studied the Book of Esther, we learned that not all feasts are alike. King Xerxes and Haman threw parties to brag about their own wealth and success. Some feasts were given to celebrate a royal marriage or the triumph of good over evil. Yet other feasts, however, were held in order to taste a moment of peace and consolation and to wait for the time of God even in times of desperation and despair. I think most of our feasts belonged to the second and third categories.

The School of Christian Worldview in January that we co-hosted for the second time with the Christian Worldview Studies Association of Korea was an opulent feast in which we learned to see the world through God’s eyes. Wim Rietkerk from Dutch L’Abri gave a talk about a Christian perspective on the refugee crisis in Europe, opening our eyes to the greater world and God’s plans for it.

We regret to inform you that the next installment of the School of Christian Worldview has been postponed indefinitely. In its place, however, we hosted two sessions of Christian Worldview Forum in the summer to pick out and encourage young speakers. An especially memorable participant was SangHee, who attended the first forum and returned for the second forum with her mother and sister. She promised us that next year, she would have a paper to present to the rest of us. The forum was an experiment, an opportunity for young men and women to share their struggles in trying to live by the word of God. It was a great feast in which we all partook in the wisdom of the Lord.

Alternative schools visited in groups and added a special adventurousness and festivity to our community. Students of Logos Academy visited with their parents for the second time this year, and 12th graders from Vision Classical Christian School spent three days at L’Abri. Younger minds bring fresh questions and even fresher answers.

HyeonWoo and Hyeju, members of our Sunday chapel, had a baby. The baptism of young SiYeon was a great feast proclaiming the birth of a daughter of God. She must have known that the party was for her, because she didn’t cry and seemed to be having a lot of fun.

The biggest feast of all was the marriage of HyeonSeok and Subin. It was a small gathering with only 50 guests, but that’s a big event for us! We had never hosted a wedding before, but all of the workers and members of our chapel worked together to make it an occasion for much fun and good food. We give glory to God for the successful event and ask you to pray that God will always look after their family. Please pray also that those among the guests who do not know God will come to find Him, and that those who have troubles in their families will find peace, all through the hand of God that they witnessed at L’Abri.

We also threw parties, big and small, whenever someone found God and/or the path that God had planned for them. Our parties seldom consist of more than a slice of cake or a glass of wine, but thankfully they happen often enough that some have even told us they envy us for enjoying heavenly parties every day.

For Christmas, we received a surprise gift of 10 chickens. We thank God and the person who sent us the gift. As we busy ourselves with the preparation for yet another heavenly feast, please pray that we will not forget who the master of the feast is. “Who, being in very nature God, did not consider equality with God something to be grasped, but made himself nothing, taking the very nature of a servant, being made in human likeness. And being found in appearance as a man, he humbled himself and became obedient to death – even death on a cross!” (Philippians 2:6-8)

Looking back, it was not a coincidence that Lord’s Cross Church in Seoul gave us four new ovens at the beginning of the year. God must have known that we would have to prepare so many meals this year. I believe it is a solemn duty for L’Abri to throw these little, unsophisticated feasts in the name of Jesus in an age when fewer and fewer families can afford to share happiness at the table. All of us – ChungSeong, SamWon, Julia, InKyung, and myself – have tried to serve God’s love and consolation on our tables throughout the year for people who are deep in despair and lamentation. It is hard labor; but with God’s grace and your prayer, we would be able to serve another year.

This winter, we have two long feasts from January 5 to February 10, and from March 1 to April 1. The first term will have no special theme, but in the second term we plan to have weekly book discussions: Schaeffer’s Escape from Reason in March 5-10, Steve Wilkens and Mark Sanford’s Hidden Worldviews in March 12-17, Yuval Noah Harari’s Sapiens and Homo Deus in March 19-24, and a new book by InKyung and me in March 26-31.

Our book, A Love Song for Young Truth-Seekers: The Story of Korean L’Abri has been published by JeYoung Communications. We put the words on paper, but we cannot help but acknowledge God and all of you who have worked with us through prayer and gifts over the years as co-authors. Please pray that God will use our humble writing to demonstrate that He is alive and still working among us. Although we checked our records wherever possible, we may have misremembered names or dates. Please let us know if you discover any factual errors in the story. The book is dedicated to the late elder SeungTae Kim, who helped us greatly in the early days of Korean L’Abri, and his widow SeongSam Won, who now runs the publishing business he left behind.

I pray that the Lord will pour abundant grace upon you and yours this Christmas and the next year, and thank you again for persevering with us in serving this small corner of God’s great kingdom.

With love,

KyungOk

Translated by Kijin 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