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 가족 여러분, 숨 막힐 것 같은 더위 속에서 어떻게 지내시나요? 요 며칠은 양양에 비가 내려 대지를 식히고 있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지방은 더 덥지 않나요? 나무, 과일, 채소, 동물, 사람들에게 이렇게 뜨거운 해가 더 이상 필요 없다면, 더운 여름이 빨리 지나가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건강을 잃지 않고 여름을 잘 나시기를 바랍니다.
저희는 5, 6월에 8주 동안 개방하였다가 2주 쉰 후에 다시 8월 중순까지 개방하고 있습니다. 8주 개방기간 동안에 6주를 머물다간 한 학생을 소개드리며 기도 가족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 학생은 <모태신앙 자녀들이 양다리를 걸치는 이유>라는 좋은 글을 남기고 갔는데요, 글에서 ‘양다리’의 정의를, “믿음은 어느 정도 있으나 정작 완전한 기독교인의 삶이 아닌 반인반수처럼 반쪽짜리 기독교인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거나 형식적으로 교회는 나가지만 전혀 믿지 않고 있는 사람들입니다.”라고 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모태신앙 자녀로서 하나님과 세상과의 다리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고, 이것이 잘못되었다는데 대해 합당한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라브리에서 제 나름대로 그 이유를 찾았습니다. 저 같은 모태신앙 자녀들이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서 왜 이도 저도 아닌 양다리를 걸치는지 다소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근거들을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잘못된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기독교에 대해 많은 편견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본질적인 이유는 바로 진리에 무관심한 자기 자신에게 있습니다...... 열왕기상 18장 21절에서 엘리야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너희가 어느 때까지 둘 사이에서 머뭇머뭇 하려느냐?’라고 외쳤습니다. 더 이상 끌려 다니지 마십시오. 이제는 양다리를 풀고 선택할 때입니다.”
그가 라브리에서 머무는 시간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더 이상 양다리 걸치는 생활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마도 이 땅에서는 그의 가정에서 그리고 위로는 하늘에서 잔치가 열리지 않았을까요? 저희 역시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아기가 태어나면, 그 엄마는 지금까지 몇 시간이나 산통으로 고생한 것을 잊어버리고 기뻐하듯, 그 학생이나 간사들 모두 즐거웠습니다. 실제로 지난 주에는 라브리 채플에 나오는 지현우, 김혜주씨 가정에 ‘시연’이라는 딸아이가 태어나 ‘새 생명’이 주는 경이와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청년들이 주께 돌아와 ‘새 생명’을 누리도록 기도하시는 여러분의 동역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가 깨달은 대로 가정과 학교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덧붙여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런가 하면 찾아온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간 안타까운 손님들도 있습니다. 진로를 고민하던 신학생 후보자, 믿음의 가정이라고 하면서도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나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이 없다는 청년, ‘조금 더 머물며 하나님을 알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시 한 번 라브리에 오든지, 교회나 다른 곳에서라도 하나님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도록 기도해주십시오.
7월 말부터 8월 15일까지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8월 3~5일, 10~12일에는 라브리에서 1, 2차 기독교세계관포럼이 열리게 됩니다. 대학원이나 직장에 다니는 청년들이 사회 전반의 여러 가지 이슈들을 기독교세계관으로 바라본 글을 써서 발표하고 논평을 듣고 토론하는 모임입니다. 발표를 자원한 청년들이 학자들이거나 전문 강사들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논평은 신효영 국장(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성기진 박사(포에시스 대표), 김종원 박사(서강대 강사)가 맡습니다.
장년들도 참여합니다. 그 기간에 라브리에 머물 예정인 김재민 교수(경일대)는 ‘기독교와 사회정의’라는 논문을, 강릉에 사시는 김원호 박사(연세치과)는 ‘부정적인 사고를 넘어서’라는 수필을, 논평을 맡은 분들도 연구 논문을 한 편씩 발표하고 피드백을 들을 예정입니다. 바라기는 주옥같은 수필과 논문들이 발표되어 하나님의 계시와 지혜의 잔치가 풍성히 열리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지금으로부터 약 220여 년 전인 1795년 11월, 다산 정약용은 봉곡사라는 절에서 ‘산중 강학회’를 열어 청년 학자들과 공부한 후에 세 권의 책을 묶어 냈다고 하는데, 저희도 감히 한 권이라도 내고 싶은 꿈을 가져 봅니다. 다산은 ‘노트북’과 온갖 ‘검색 어플’이 깔린 첨단 장비가 없는 시절에 살았는데, 물론 여러 사람들이 업무를 나누어서 공부하고 정리하는 ‘집체저술(集體著述)’이란 방법을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들은 새벽에 일어나 얼음을 깨고 세수하고 해질녘에는 경내를 산책하며 저녁에는 술잔을 돌리며 토론을 했다는데요. 저희도 나름대로 낭만을 즐기며 공부도 하고 일도 할 예정입니다.
이 모든 일을 위해 수고하며 찾아오는 손님들을 섬기는 간사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제 남편은 봄에 다친 어깨가 낫지 않아 여전히 고생하고 있고, 충성, 삼원 간사와 저는 더위 속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줄줄 흘러내리는 땀 속에서 더욱 성령 충만하여야만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도 가족 여러분도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라며, 덥고 힘드실 때에 저희를 기억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전기 사용량이 많아 전기세 부담이 큰 이 여름에 먹고 쓸 것이 부족하지 않도록 재정을 위한 기도 역시 부탁드립니다.
며칠 전에 민수기 18장 20절에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 중에 네 분깃이요 네 기업이니라.”는 말씀을 읽었습니다. 이 말씀은 저희의 첫째 아이가 여섯 살 때쯤 되었을 무렵에 함께 읽었는데, 그 때 저희는 “이것 좀 봐. 하나님이 우리의 재산이 되신 돼.”라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희 가정이 과연 그렇게 살아왔는지, 라브리를 찾는 청년들이 그렇게 살도록 얼마나 도왔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 짧은 세상살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에 마음을 다 빼앗길까요? 그러나 가슴 아프게도 우리는 매우 어리석기 때문에 늘 다른 곳을 기웃거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번 여름에 라브리를 찾아오는 분들, 특히 포럼에 참석하는 분들이 “하나님이 나의 기업이 되신다.”는 것을 더욱 깨닫고 돌아가서 그대로 살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도 가족 여러분에게도 같은 은혜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2017년 7월 24일
경옥 올림
L'Abri Newsletter, July 2017
English translation not avail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