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라브리 소식편지

존경하는 기도가족에게 올립니다.

그동안 주 안에서 안녕하십니까? 자주 소식을 드리지 못했음에도 늘 기도와 후원으로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북한 핵실험, 대통령 탄핵, 사드 배치, 미국 항공모함 출동, 대통령 선거, 북한 미사일 실험 등 수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이 와중에 모든 국민들이 힘이 들었습니다. 특히 누구보다 청년들의 마음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원래 나라에 혼란이 오면 가난한 사람들이나 나이 어린 아이들이나 마음이 연약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흔들립니다. 많은 청년들이 돈과 시간만 낭비한 것이 아니라 마음도 깨지고 정체성도 많이 흔들렸습니다.

어떤 청년들은 온갖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인 불안에 떨었습니다. 어떤 청년들은 “9포”, “N포”란 말이 나올 정도로 냉혹한 현실 앞에서 깊은 좌절감에 빠졌습니다. 어떤 청년들은, 김민하 기자가 <냉소사회>에서 분석했듯이, 무한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열등감을 강요받기도 했습니다.

과연 이런 청년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요? 실컷 먹고 마시는 것이나 “헬조선”이라고 저주하며 해외로 도망가는 것은 상책은 아닙니다. 정치인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권력에 기반 한 “토탈 솔루션”도 아닙니다. 더구나 김난도 교수가 니체의 말을 빌려 퍼트린 “운명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도 아닙니다.

모두 비현실적이거나 낭만적인 대안들입니다. 차라리 지금은 헨리 나우웬 교수(Henri J. M. Nouwen)가 말한 “다과와 담소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말이 적절한 것처럼 들립니다. 왜냐하면 나우엔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공간, 즉 육체와 영혼이 같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세상에 그런 공간이 있을까요? 오늘 아침에 성경을 읽다가, 저는 솔로몬이 성전과 왕궁 건축을 20년 만에 마친 후에 백성들에게 한 축복의 말 중에서, 그 힌트를 찾았습니다. “여호와를 찬송할지로다 그가 말씀하신 대로 그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태평을 주셨으니 그 종 모세를 통하여 무릇 말씀하신 그 모든 좋은 약속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아니함이 없도다.”(열왕기상 8:56)

여기 개역 개정 성경에 사용된 “태평(메누하)”이란 말은, 한자로는 ‘太平’, 즉 ‘세상이 안정되어 아무런 걱정이 없이 편안하다’는 말이지만, 기본적으로는 하나님이 주시는 안식(sabbath)과 휴식(rest)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장소적인 의미로는 영적인 안식의 공간, 즉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찾아내신 영구적인 장소 혹은 영원한 구원론적 안식처를 묘사할 때 사용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상태적인 의미로는 1)힘든 노동으로부터 심신의 휴식 2)피비린내 나는 전쟁 후에 찾아드는 평화 3)온갖 불안과 어려움과 환란에서 벗어난 안정 4)죄로 인해 고통 받던 영혼과 육체의 구원 등 안식의 상태나 성격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바로 이 “태평”입니다. 특히 지치고 흔들리는 청년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도 바로 온갖 불안과 좌절, 열등감으로부터 벗어난 참다운 안식입니다. 사람들에게 지친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필요했던 것도 바로 이 안식이었습니다.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마가복음 6:31)

본래 ‘안식일’을 뜻하는 ‘사바트(Sabbath)’란 말도 ‘일을 쉬다’, ‘일을 중지하다’는 뜻이며, ‘평소의 직업적인 일을 쉬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태평”을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나 방법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지금 모든 불안과 경쟁으로부터 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손봉호 교수도 <잠깐 쉬었다가>란 책에서 “우리가 필요한 휴식은 돈, 권력, 명예와 같이 다른 사람과 심각하게 경쟁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고 쉬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안식이 무엇인지 꿰뚫은 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태평”, “안식”, “휴식”, “쉼”은 누가 만들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도망간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선물로 얻을 수 있는 것이지 쟁취하거나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예수님은,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말하므로, 자기만이 진정한 쉼을 주실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네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태복음 11:28-30) 사실 진정한 평화와 안식은 관계의 회복이나 하나님과의 교제에서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국가 간의 평화도 관계의 회복에서 오는 것이며, 영적인 안식도 하나님과의 교제에서 오는 것입니다.

엘리야는 한 때 영적 거장이었지만 정치적, 종교적 압제자였던 이세벨과의 오랜 전쟁으로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로 기진맥진한 적이 있습니다. 그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것은 쉼이었습니다. 그가 로뎀나무 아래에서 어떻게 새 힘을 얻었을까요? “천사가 그를 어루만지며 그에게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하는지라... 천사가 또 다시 와서 어루만지며 이르되 일어나 먹으라.”(열왕기상 19:5-7)

여기에 “먹으라.”고 한 것은 주님의 최후의 만찬이나, 라오디게아 교회에 주신 말씀 중에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요한계시록 3:20)을 연상시키며, “어루만지며(nahga)”라는 말은 ‘만지다’, ‘손을 대다’, ‘치다’, ‘결합하다’라는 말인데, 모두 엘리야에게 새로운 비전과 힘을 얻게 해 준 하나님과의 영적 교제와 그 분의 따뜻한 손길을 의미합니다.

이번 여름에는 평소에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주님과 교제하며 몸과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어떻습니까? 바라기는 온 국민과 모든 청년들이 주 안에서 태평을 만끽하고 새 힘을 얻기 바랍니다.(만약 안식에 대해 읽고 싶으시면 저의 ‘휴식의 3대 법칙-엘리야를 중심으로’란 글을 라브리 자료실에서 참고하시거나, 메일 주소를 알려주시면 파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요즘 라브리에는 아픈 사람이 많습니다. 줄리아는 양평, 원주까지 다니며 공부하는 것이 무리가 되는지 빈혈이 심합니다. 성우는 송화 가루 알러지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혜진이는 허리가 아파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충성 간사는 오랫동안 잔기침이 계속되고 있고, 저는 지난 2월에 오른 팔 근육을 다친 것이 낫지 않아 답답합니다. 브라질 라브리의 알레산드라 간사는 암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삼원, 경옥 간사는 아플 사이도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맏아들인 기진이가 개인 사업을 위해 집을 떠나게 된 것은 무척이나 마음이 아픕니다.

올 여름에는 기독교세계관 포럼을 두 차례 준비했습니다. 1차 포럼은 8월 3-5일, 2차 포럼은 8월 10-12일입니다. 자기가 연구한 글을 발표하고 싶거나 참석하고 싶은 사람은 연락을 주시기 바라며, 자세한 것은 라브리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7년 5월 25일

양양에서 성인경 올림

L'Abri Newsletter, June 2017

May 25, 2017

Dear L’Abri praying family,

How has the Lord led your life lately? Although I have not been able to provide updates as often as I would have liked, I thank you for your continued prayer and gifts. Here in Korea, we have been through several significant events such as more nuclear tests and missile launches in the North, the American response including THAAD and an aircraft carrier, the impeachment of the President, and the election of a new one.

All of this has left our nation weary, and young people in particular have been shaken a lot by recent events. Political instability always affects the poor and the young the most. It is easy not only to waste money and time in these uncertain times but also to be left with a broken heart and a shaken sense of identity.

Many young people in Korea are economically, socially, and psychologically insecure. Neologisms representing ever deeper frustration and resignation are becoming popular in the media. As a reporter wrote in a book titled Cynical Society, unlimited competition throws them into a terrible sense of inferiority and hopelessness.

What do people need in these times? The answer is not to eat and drink your worries away, or to curse the society and try to flee abroad. It is not to seek some sort of “total solution” as our politicians like to offer, nor to follow the motto of Amor Fati (“love your fate”) that Professor Nan-Do Kim taught his students. All of them are either too unrealistic or too romantic. I would much rather follow Henri Nouwen’s suggestion of “a place with food, conversation and comfort.” Nouwen speaks not only of a physically comfortable space, but also of space in our minds where the body and soul can rest together.

Is there such a place on this Earth? This morning, I read the words that King Solomon spoke to his people after he finished building the Temple and his palace: “Praise be to the Lord, who has given rest to his people Israel just as he promised. Not one word has failed of all the good promises he gave through his servant Moses.” (1 Kings 8:56) The word “rest” (menuha) is usually translated into Korean with a word that implies social stability, but its original meaning is the Sabbath and rest that comes from God. It is also often used in the Bible to describe a place of spiritual rest, an eternal Sabbath in the soteriological sense. It means resting our bodies after hard labor, the peace that follows a bloody war, a comfortable state free from anxiety, and finally the salvation of our bodies and souls from pain and sin.

What we so desperately need in this country is rest in this sense. Young people who have suffered so much from anxiety, frustration, and a persistent sense of inferiority are also in great need of true rest. Jesus prescribed rest when His disciples were exhausted from their interaction with other people: “Come with me by yourselves to a quiet place and get some rest.” (Mark 6:31)

Sabbath means stopping what you’ve been doing all along. It means trying something else. In order to achieve peace, we need to take a break from all the anxiety and competition. Dr. Bong-Ho Son wrote in Taking a Short Break that “the rest that we need is rest from competing with all these other people for money, power, and prestige.” So many of us have been obsessed with these three things. Koreans can only experience a good rest when we heed his advice.

Unfortunately, true rest cannot be manufactured. It doesn’t come along by itself, and it is not something we can reach by running away. It cannot be won or acquired; it must be a given to us. Jesus told us that He is the only one who can give us true rest: “Come to me, all you who are weary and burdened, and I will give you rest.” (Matthew 11:28) True rest is a gift that follows the restoration of relationships, both among nations and between God and ourselves.

The prophet Elijah was a spiritual giant, but even he became completely exhausted and even suicidal after confronting the political and religious oppression of Jezebel. He was desperate for rest. But then “an angel touched him and said, ‘Get up and eat.’” When Elijah had eaten and rested a bit more, “The angel of the Lord came back a second time and touched him and said, ‘Get up and eat, for the journey is too much for you.’” (1 Kings 19:5-7) The food in this story reminds us of the Last Supper, or Jesus’ promise to the church in Laodicea that “If anyone hears my voice and opens the door, I will come in and eat with him, and he with me.” (Revelations 3:20) The gentle touch (nahga) of the angel means fellowship with the Lord who gives us new strength, and the warmth with which He caresses us.

This summer, I hope that you will find some space to stop that which has kept you so busy lately and to give your body and soul a much-needed rest and fellowship with our Father. I hope that the whole country and its young men and women can find true peace in God and find new strength.

Several of us at L’Abri are suffering from illnesses. Julia commutes to school in Yangpyeong every week, which I suspect might have made her anemia worse. SeongWoo, a student, is allergic to pollen. Haejin has a bad back, ChungSeong has a dry cough, and my right arm hasn’t fully recovered from the injury I had in February. Alessandra in Brazilian L’Abri is fighting cancer. Please pray for all of us.

SamWon and KyungOk don’t even have time to be sick, as they are so busy this term. I miss Kijin, my son, who has left L’Abri to focus more on his business.

We are preparing two small forums this summer, the first in August 3-5 and the second in August 10-12. Anyone who would like to share what they have studied and get feedback from the point of view of the Christian worldview is welcome to visit. Please see our website for the registration guide.

Yours truly,

InKyung

Translated by Ki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