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라브리 가족에게 올립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대청봉에 눈이 내린다고 합니다. 설악산 아랫마을인 라브리에는 하루 종일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진눈개비만 휘날리고 있습니다. 이런 날은 적당히 우중충하고, 적막하며, 약간은 을씨년스럽기도 한 날입니다.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날씨입니다. 저도 이런 날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따라 이런 궂은 날마저 하나님이 주시는 ‘특별 선물’로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마 밤새 안자고 재잘대던 고3 수험생들이 막 돌아가고 난 바로 다음 날이라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날씨가 좋은 날은 손님들에게 다 빼앗기고, 눈 오는 날은 길을 내느라 바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하도 세상이 난리와 병과 테러로 복잡하고 시끄럽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 모든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요즘은 진눈개비가 내린다고 웅크리거나 주눅이 들 정도로 한가한 때가 아닙니다. 최근에 일어나는 연속 테러 사건을 보면 정신을 차리고 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저의 짧은 생각입니다. 1) 테러는 무자비한 폭력이며, 문명에 대한 도전이며, 가공할 인권 유린입니다. 2) 테러는 극단주의 사고, 빈부격차, 무조건적 평화주의, 변질된 다원주의, 종교 갈등 등을 먹고 자랍니다. 3) 테러만 아니라 반인권, 반성경적인 죄악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대결해야 합니다. 4)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에 사랑과 정의, 은혜와 진리, 자유와 형식의 건강한 공동체성을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5) 테러와 난리 그리고 질병으로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주님과 연합하여 영적으로 깨어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 중에 가장 시급한 것은 마지막에 언급한 주님과의 친밀한 영적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이 요동을 치고 난리가 나더라도 영혼의 중심이, 즉 영적인 중력이 하나님에게 있으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알기 때문입니다. 제 아무리 많이 배우고 믿음이 좋고 교회를 오래 다닌 사람이라고 해도, 주님과의 영적 관계가 멀어지거나 흔들리면 모든 것이 흔들릴 수 있고 특히 파리 테러와 같은 끔찍한 소식을 들으면 쉽게 공포와 불안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연약한 사람이라 진눈개비까지 휘날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는 테러나 무서운 고난이 아니라 작은 일이 닥쳐도 무너지기 쉽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며칠 전 새벽에 온수통이 터지는 바람에 손님방이 물바다가 된 적이 있는데, 아내와 함께 한 시간 동안이나 물을 퍼내고 주일 아침 강단에 섰더니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려 도저히 설교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예상치 못한 감정의 격동과 반란 앞에서 제가 당황하고 있을 때, 저를 감싸주시고 등을 떠밀어주신 주신 분이 계시지 않았다면 아마 강단에서 내려오고야 말았을 것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성경에는 고난 앞에서 지혜롭게 대처한 많은 믿음의 사람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어릴 때부터 수많은 부패와 전쟁, 질병 그리고 여러 가지 고난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위기를 잘 극복한 유다 왕을 기억하십니까? 바로 히스기야 왕입니다. 그의 비결은 의외로 매우 단순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여호와께 연합하여 떠나지 아니하고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계명을 지켰더라.”(열왕기하 18:6)는 것입니다. 정치가가 하나님의 말씀을 지켰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하나님께 연합했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 히스가야가 하나님께 “연합했다.”는 말은 하나님에게 ‘붙어 있었다.’, ‘가까이 있었다.’, ‘굳게 결합되어 있었다.’는 말인데, 하나님과 신비적이고 인격적으로 결합되어 있었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항간의 불건전한 영성운동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하나님과의 실체적이고 물리적이거나 주관적인 연합을 이루었다는 것도 아니고, 초자아(super-ego, 初自我)의 경지에서 생각도 마음도 비운 엑스타시 상태에서 하나님을 만났다는 것도 아닙니다. 히스기야의 일생을 살펴보면 그도 죄를 지을 때도 있었고 교만한 적도 있었으나, 치세 기간 동안 그가 한 일을 보면 매사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나님의 능력으로 하나님을 의지하며 중요한 일들을 처리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하나님과 인격적이고 신비적이면서도 매우 친밀한 영적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면 모두 불가능한 일들입니다.

물론 저는 아직 히스기야가 경험한 영적 연합의 참된 의미와 깊이를 잘 모릅니다.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수 많은 청년들과 지도자들을 라브리로 보내주신 분도 바로 주님의 손길이었고, 라브리의 구석구석을 손 봐 주신 분도 주님의 손길이었다고 믿습니다. 지난달에 심야보일러 히트 펌프를 설치해주신 장로님이 약속대로 약 300 개나 되는 전구를 모두 ‘LED 전구’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전기세도 절약이 되지만 라브리 전체가 환해져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부천예인교회(정성규 목사)에서는 별채 앞에 널찍한 데크를 만들어주셨습니다. 거기에 앉아 충성 간사가 손수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시며 인생을 논할 청년들을 상상하면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저희 부부는 25일부터 약 2주간 아르헨티나와 미국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약 10여 년 전에 한국라브리에 와서 약 2년간 공부도 하며 일을 같이 하고 간 이승혁 목사, 이예리 박사 부부가 주선하고 있는 여러 모임에서 일주일간 열 번 강의를 할 예정입니다. 테러 공포와 경비 부담 그리고 여행 피로 때문에 몇 번이나 망설였으나, 스페인어권의 영적 부흥의 필요성과 청년 한국인 지도자들의 준비 그리고 제 아내의 여비를 보태주신 이롬그룹(황성주 회장)의 도움 때문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갑니다.

저는 아르헨티나에서 돌아오는 길에 미국 보스턴 라브리에서 열리는 국제라브리 정기이사회에 참석할 예정이고, 제 아내는 오랫동안 못 만난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여동생 부부를 만나보고 올 예정입니다. 제 아내가 며칠 째 고열과 두통이 오락가락 하고 있어서 특별 기도가 필요합니다. 저희가 돌아올 동안에 진성 슬아 선교사님 부부가 저희 아이들과 함께 라브리를 돌볼 예정입니다. 충성 간사는 김해에 내려가서 부모님 댁에서 쉬고 올 예정입니다.

이번 겨울 학기(2015.12.29.–2016.2.1)에는 특별 모임을 많이 가지려고 하오니 관심 있는 청년들이 참석하여 추운 겨울을 후끈하게 달굴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1월 7-9일에는 기독미디어아카데미(조정민 원장)에서 훈련받고 있는 예비 기자 15명이 교수님들과 함께 라브리 인근에 자며 라브리에서 강의도 듣고 토론도 할 예정입니다. 1월 11-15일에는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를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번 독서토론회 좌장은 정인영 씨입니다.

1월 28-30일에는 서울에 있는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이재철 목사, 마포구 합정동)에서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손봉호 이사장)와 공동으로 기독교세계관학교를 열려고 합니다. 이번 집회에는 수십 년간 라브리를 위해 기도해 주신 양영전 목사(마산재건교회 담임)께서 ‘십자가의 복음’이란 주제를 강의해 주실 예정이며, 그 밖에도 여러 20-30대 청년 강사들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오니 기도도 해 주시고, ‘홈커밍데이’라 생각하고 직접 참석하셔서 라브리를 다녀갔던 청년들도 만나시고, 청년 강사들을 격려도 주시고, 청년들을 보내기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청년들과 부대끼며 살다보니, 여러분의 변함없는 기도와 헌금, 각종 좋은 선물에 감사를 드릴 겨를도 없이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군요. 더구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연합의 오묘함이나 그 신비한 능력을 실컷 맛보기도 전에, 테러와 난리 소식에 한 해가 다시 저물어 가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바라기는 하나님께 연합하여 말씀대로 살았던 히스기야처럼 매 순간마다 주님과 친밀한 관계 속에 연말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2015년 11월 18일

양양에서 성인경 올림

L'Abri Newsletter, November 2015

November 18, 2015

Dear L’Abri praying family,

Snow falls on Seorak Mountain this morning. Downhill in L’Abri, we have sleet all day. It’s a dark and dreary day that no one likes. I am not fond of this weather, either. Yet I feel that even this gloomy day is a special gift from God.

Perhaps I feel so because the high school seniors who had been chattering all night returned home just yesterday. Perhaps it is because I have to spend all the sunny days with guests, and all the snowy days shoveling a path for them, but sleety, in-between days are free. Or maybe it is because there is so much sufferings—diseases and terrors—around the world these days. Most likely it is because of all these reasons. Yet in times such as these, we cannot afford the leisure to huddle up and sit back. A series of terrorist attacks of late brings us sharply to our senses.

Below is a brief summary of my thoughts about the recent attacks in Paris. 1) Terrorism is ruthless violence, a challenge to civilization, and a shocking infringement of human rights. 2) Terrorism feeds on extremism, economic inequality, unconditional pacifism, distorted pluralism, and religious conflicts. 3) We need to confront, not remain silent in the face of, terrorism and all other crimes against God and humanity. 4) We must strive to recover a healthy community in our families, churches, and society at large, with love and justice, grace and truth, and freedom and form. 5) We need to be spiritually awake even more as the world is distraught with terrorism, conflicts, and diseases.

The most urgent of these is the last one, an intimate relationship with the Lord. We know that even when the world is in turmoil, if the center of our soul—our spiritual center of mass—is firmly grounded in God, we will not shake easily. It does not matter how much education you have received and how long you have attended church. If your spiritual relationship with Jesus is distant and insecure, everything will crumble down. Your soul will readily tremble in horror and anxiety upon hearing the news of the Paris attacks, for instance.

I am a weak person as well. I have just recently realized that I can break down even on small things, such as bad weather, let alone terrorism and severe hardship. At daybreak a few days ago, our hot water tank leaked and our dormitories were all flooded with water. After scooping up the water for an hour with my wife, I stood on the Sunday pulpit to preach. Suddenly my eyes filled up with tears that I couldn’t let out a word. I was surprised and flustered by my unexpected emotional upheaval. If God hadn’t embraced me and pushed me forward, I might not have been able to finish the sermon.

Where does unshakable faith come from? The Bible is full of stories of faithful people who lived wisely in the face of hardships. Hezekiah was a king of Judah who remained strong despite war, disease, corruption, and other difficulties. The secret to his unshakable faith was quiet simple: “For he held fast to the LORD. He did not depart from following him, but kept the commandments that the LORD commanded Moses.” (2 Kings 18:6, ESV) It is admirable enough that a politician could live by God’s words in such tumultuous times; holding fast to Him, even, is a singular quality indeed.

Here, “hold fast to the Lord” means “stuck to the Lord,” “remained close to the Lord,” or “was strongly united with the Lord.” The phrase indicates a mysterious and personal union with God. It is different from a physical or subjective union with God, which is often emphasized by unhealthy spiritual movements. It is also distinct from ecstatic union in a state of super-ego, devoid of thought and mind, as some people suggest. Looking back to Hezekiah’s life, he too had sinned and he too had been arrogant at times. Yet throughout his reign, he handled important matters of state for God’s glory, with God’s power, while depending on none other than God. All of these would have been impossible if he had not maintained a personal, mysterious, yet intimate relationship with God.

I cannot yet fathom the true meaning and depth of spiritual union that Hezekiah enjoyed. Still, I believe that it was the hand of God that sent countless young people and leaders to L’Abri throughout this year, as well as watching over every corner of our fragile house. The kind elder who donated energy-saving heat pumps last month replaced our three hundred light bulbs with LED as he promised. I am thankful that they not only save electricity but also brighten up the whole place better than ever before. Yein Church in Bucheon (Pastor SeongKyu Jeong) built us a spacious balcony in front of our Old Gas Station. It feels happy just to imagine students who will sit there and discuss life and truth over ChungSeong’s hand-drip coffee.

KyungOk and I are planning to visit Argentina and the U.S. for two weeks from Nov 25. In Argentina, we are going to give about ten lectures in several meetings arranged by Pastor SeungHyuk Lee and Dr. Yeari Lee. They stayed at Korean L’Abri about ten years ago, studying and working with us for quite a while. We had hesitated several times to visit them due to the threat of terrorism, expenses, and our health. However, we decided to go with an obedient heart—for the sake of spiritual revival in the Spanish world, to prepare young Korean leaders there, and thanks to Erom Group (Chairman SungJoo Hwang) who paid for KyungOk’s plane tickets.

On our way back from Argentina, I am going to attend the trustees’ meeting of International L’Abri in Southborough, Massachusetts. KyungOk is going to visit for the first time her sister’s house in L.A. However, KyungOk has been suffering from fever and headache for weeks. We need special prayer so that she may get better in time for the trip. JinSeong and Sul-Ah, along with our children, are going to take care of L’Abri in the meantime. ChungSeong plans to take some rest with his parents in GimHae.

We will be having a few special programs this winter. Please pray that many young people will take interest and that we will have lively discussions to warm up the cold weather. In Jan 7—9, fifteen students and professors of Christian Media Academy (President JeongMin Cho) will visit us for a special session. They will sleep in the village nearby, and listen to lectures and have discussions in L’Abri. In Jan 11—15, we will do a book study of C. S. Lewis’s Mere Christianity, led by InYeong Jeong who recently produced a study guide for that book in Korean.

Between Jan 28 and 30, L’Abri and the Christian Worldview Studies Association of Korea (Chairman BongHo Son) will jointly hold the School of Christian Worldview in the 100th Anniversary Memorial Church (Pastor JaeCheol Lee, Mapo-gu, Seoul). Our long-term prayer family Pastor Youngjeon Yang will give lectures on “the Gospel of the Cross,” and many young speakers in their twenties and thirties will share their research as well. This is the first time that we are organizing an event in Seoul since we left the city. I would like you to think of this year’s SCW as a “homecoming day.” Please come in person, meet young people who have been to L’Abri, and encourage them. Please pray that God will send us those who truly need our help.

Living busily among young people, I forget that this year has almost gone by. I realize that I haven’t even had a chance to thank you for your faithful prayer and precious gifts. I am sorry that we are leaving another year behind without tasting the profoundness of true personal union with Christ and His mysterious powers. Instead, the closing weeks are again full of depressing news about terrorism and war. I pray that all of you will greet Christmas and the New Year with a moment-by-moment, intimate relationship with God, living according to God’s words as Hezekiah once did.

Yours truly,

InKyung

Translated by Haejin 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