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라브리 소식편지

사랑하는 기도 가족께 올립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신 라브리 지붕 위의 눈은 하나님이 비추시는 햇빛으로 잘 녹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며 기도 가족 여러분께 인사를 드립니다. 아직도 두텁고 따뜻한 솜처럼 쌓인 마당의 눈 위에 두 팔을 벌리고 누우면 포근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 찬란하게 빛나는 눈은 잔인할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2월 6일 밤부터 오기 시작한 눈은 조용하고 아름답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하여 7일 오전에는 약 30cm, 다음날인 8일에는 아이들이 적설량을 재기 위해 집 앞에 세워 놓은 120cm 고춧대가 눈에 파묻혀서 보이지 않았고, 더 연결해서 세워놓은 것도 다음날은 끝이 겨우 보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라브리에 내린 눈은 총 150cm 정도 되었습니다. 라브리에서 멀지 않은 어성전이라는 곳에는 눈이 2m 이상이나 내려 며칠간 고립되어 있다가 구출된 집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저희 부부도 3층 다락방에서 1층으로 대피를 했고, 차가 눈에 파묻혀 한동안은 먹을 것을 사러 나가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마당의 눈을 치우는 것은 처음부터 포기했습니다. 사람이 다닐 만한 좁은 길만 집 앞뒤로 돌아가며 뚫었는데, 그것도 며칠이 걸렸습니다. 키 높이만큼 온 눈을 삽으로 퍼서 머리 위로 퍼 던지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온 가족이 밤마다 팔다리와 허리가 아파 잠들기가 힘들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지붕에 쌓인 수백 톤의 눈이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제설 방법을 연구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늦은 밤에 양양 소방서 대원들이 와서 보고는 햇빛으로 녹이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돌아가 버렸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러나 약 열흘간 햇빛을 제대로 볼 수도 없었으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집안에 난로를 때서 천장을 데우는 길밖에 없었습니다. 겨우내 다 쓰지 못했던 대추나무와 잣나무 장작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눈

제일 무서운 것은 밤중에 눈이 얼마나 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번 일어날 때면 소나무 가지가 찢어지는 소리나 산에서 눈이 굴러내려 오는 소리에 놀라곤 했던 것입니다. 낮에는 탈출로를 마련하기 위해 아이들과 눈길을 뚫거나 처마가 내려앉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 기둥을 세웠습니다. 장을 보러 가기 위해 눈에 파묻힌 차를 꺼내는 데만 이틀이나 걸렸습니다. 의진이는 눈길을 뚫고 개 먹이를 주는 데만 한 시간씩 걸리곤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어제부터는 하루 종일 처마 끝에서 비 오듯이 눈이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가끔 ‘쿵’ 하며 지붕에서 눈덩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도 이제는 놀라지 않고 반갑게 들립니다. 눈이 다 녹고 나면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부러진 처마도 수리해야 하고, 며칠 째 누전으로 불이 들어오지 않는 외등도 고쳐야 합니다. 데크에 제 키만큼 쌓인 눈도 치워야 합니다.

눈 때문에 많은 일정이 취소되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모처럼 방문하려던 손님들도 대부분 취소했고, 저희의 외부 강의도 많이 취소했습니다. 그러나 한동글로벌학교의 용감한 선생님 50명은 눈길을 뚫고 와서 강의도 듣고 차도 마시고 돌아갔습니다. 오늘부터는 다시 방문객이 있습니다. 차는 길가에 세우시고, 한 사람만 지날 수 있도록 파놓은 눈길을 따라 한참 걸어서야 라브리에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어제는 17일만에 처음으로 쓰레기를 내다 버릴 수 있었습니다. 속이 다 시원하더라구요.

특별히 감사한 것은 눈사태를 함께 겪으신 김북경 목사님과 신시아 사모님이 눈 속에 갇혀서도 지루해하지 않으시고, 케익도 굽고 맛있는 음식도 준비해 주시는 등 항상 도울 일을 찾고 책을 읽으며 즐겁게 생활하시는 것입니다. 옆에서 두 분을 뵙기에도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춘성 간사는 며칠에 걸쳐 별채로 가는 길을 뚫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화로, 메일로, 문자로, 기도로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다음 학기부터 헬퍼로 일하며 공부할 예정인 인주씨가 서울에서 내려와서 이틀간 눈을 치워주고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눈

이번 눈사태를 겪는 동안 저희 부부가 생각한 것이 몇 가지 있어서 나누고자 합니다. 1) 건물의 안전이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2) 걱정과 고난을 이기는 데 라브리 가족과 친구들의 위로와 기도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3) 온난화와 이상 기후에 대처하는 법을 준비해야겠다는 것입니다. 4) 라브리 시설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특히 피해 상황을 둘러보러 오신 신재용 감사께서 제안한 것처럼, 폭설, 태풍, 산불에 대비하여 장기적으로는 라브리 마당을 지하시설화 하는 것을 연구해야겠다는 것입니다. 5) 무엇보다 이번에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시편 127:1)는 말씀이 실감났습니다.

봄 학기는 3월 10일부터 22일까지 열게 되며, 이미 예약이 가득찬 상태입니다. 간사가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짧게 엽니다. 사람들을 보내주시는 하나님께서 돕는 손길도 보내주실 것을 믿습니다만, 좋은 간사님들을 구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도 지혜를 주셔서 제한된 시간과 힘을 잘 사용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라브리 살림살이를 위해서도 언제나처럼 기도와 기억을 해 주십시오. 저희 부부가 작년에는 국제 라브리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여비가 마련되면 영국에서 열리는 회의(4월 9–14일)에 참석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계획이 불투명하고, 경옥 간사의 어머니가 감상선암 치료를 받고 계시니 계속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라브리는 소수의 몇 사람, 아니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간사들의 삶을 쏟아붓고, 많은 돈과 큰 집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효율의 극치요 참 미련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여러분의 기도의 동역을 힘입지 않으면 이 일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여러분이 라브리를 위해 남모르게 하시는 수고를 세상이 알아주는 것도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보상은 기대하지도 않으실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감당치 못하는 믿음의 눈으로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그 역사에 동참하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편지를 올립니다.

2014년 2월 24일

눈이 그친 양양에서 경옥, 인경 올림

L'Abri Newsletter, February 2014

February 24, 2014

Dear L’Abri praying family,

We greet you with the good news that the snow on our roof that many of you worried about is gradually melting away, thanks to the God-given sunshine. It feels as if it would be cozy to lie down on the snow, still thick and soft as cotton. Yet the glistening snow was so cruelly frightful till only a few days ago.

The snow was light and beautiful when it began to fall on the night of February 6. But then it turned into a heavy snowstorm. The next morning we had about 30cm, and on the next day, the stick that our children put up in the garden to measure the snow was no longer to be seen. The total amount of snow we had this time is about 150cm (5 ft). Not far away from L’Abri, in the town of EoSeongJeon, it is reported to have snowed over 200cm (6 ft 7 in) so that some people had to wait several days before they were rescued out of their isolation. We also came down from the third-floor attic to the first floor for safety. We could not even go out to buy groceries.

From the beginning, we gave up cleaning up the snow on our parking lot. It took days to build a narrow tunnel through the snow, just big enough for one person to pass, to the main road. It was not an easy job to shovel off walls of snow nearly as tall as ourselves. Our family would have difficulty sleeping thanks to muscle aches all over our bodies. But that was the least of the problems.

We had hundreds of tons of snow on our roof. Many people suggested various ideas for cleaning up the snow to prevent the roof from collapsing. The local fire department sent us some men late at night to examine the situation, but the only solution they could offer was to melt it with sunshine. Since the Sun refused to show its face for about ten days, the only thing we could do was to use our fireplace to heat up the building. Thankfully, we had lots of jujube and pine firewood stocked up for the winter.

Snow Picture

The nights were terrifying. Each night we woke up several times to check how much snow was being piled up, alarmed by the sound of trees cracking under the weight of snow and the sound of snow sliding down the slope. When morning came, we set up temporary pillars around the house to prevent the eaves from sagging. It took us two days to excavate the cars out of the snow to go shopping. It took Euijin one hour every day to go through the snow to feed the animals.

Thankfully, the snow has begun to melt since yesterday, coming down from the eaves like drops of rain. The booming sound of slabs of snow and icicles falling from the roof no longer surprises us but delights us. There will be a lot of work to do after the snow is gone: we need to fix the damaged eaves, as well as the short-circuited outdoor lamps. But outside the door, the wall of snow is still as tall as I am.

We are sincerely sorry that many people had to cancel their appointments due to the weather. Most of our guests cancelled their visits, and we also had to cancel several outside lectures. Yet there were also fifty brave teachers of Handong Global School who came through the snow for a lecture and tea at L’Abri. Starting today, we’re having a lot of visitors again. In order to get in, they have to park their car by the road and walk a long way through the narrow tunnel. Yesterday, we took out the garbage for the first time in seventeen days. What a relief it was!

We are especially grateful that Kim and Cynthia found ways to spend our days of isolation extremely well. It was wonderful to see them bake cakes, prepare food for us, and read books, always eager to help. Chunseong worked hard for days trying to get to the old gas station building. Many people encouraged us with phone calls, e-mails, texts, and prayer. Inju, who is going to stay with us as a helper from March, also came down from Seoul for two days to help us clean up the snow.

Snow Picture

We would like to share a few thoughts that we had during the snow. We realized the importance of the safety of our house, physically as well as psychologically. The encouragements and prayer we received from our family and friends were immensely helpful to overcome worries and troubles. We also felt the need to prepare ourselves in the face of global warming and the abnormal weather that it brings. As our auditor Jaeyong Shin suggested, we need to check the safety of our facilities in general and also consider building an underground complex in the long term, to protect ourselves from heavy snow, typhoons, and wildfires. Above all, we became keenly aware that “Unless the Lord builds the house, the builders labor in vain. Unless the Lord watches over the city, the guards stand watch in vain.” (Psalm 127:1, NIV)

The spring term (March 10-22) is already fully booked. Due to the shortage of workers, we are only opening for a short period. We believe that God who sends us people will also send us people to help them, but please continue to pray for good workers to come. And please pray for us to have wisdom to make good use of our limited time and abilities.

As always, please remember our finances in your prayer. We could not attend the Members’ Meeting last year. If funds permit, we hope to attend this year’s meeting, to be held in Greatham from April 9-14. Please pray also for KyungOk’s mother who is receiving treatment for thyroid cancer.

L’Abri aims to save a few people, or, just one person. And for that purpose we are devoting our lives and using a lot of money and a big house as well. In a sense, it is extremely inefficient and may even appear foolish. If not for your prayer and support, we cannot afford doing even this; but what you do in silence for L’Abri is not what the world acknowledges. We do not believe that you expect an observable, palpable reward in this life. Still, we wish to show our sincere gratitude and respect for those who participate in the work of God – of which the world is not worthy.

Under the (finally!) snow-free skies of Yangyang,

KyungOk and InKyung

Translated by Hae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