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라브리 소식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최정원이라고 합니다. 2007년 5월 학기에 공부하러 왔다가 지난 1년간 라브리에서 헬퍼(장학생)로 일하며 공부한 사람입니다.(2002년 12월에 한 학기 공부하고 갔었지요.) 이번에 기도 편지를 쓰게 되어 라브리 소식도 들려드리고 기도 부탁도 드리겠습니다.
올해 3월 학기에 시작된 공사는 진입로를 빼고는 모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백암당 뒤의 옹벽공사, 종철 계곡의 수로, 수로 위의 나무다리, 옹벽에 올라가는 계단, 마당에 만들어진 임시정원, 마당 흙먼지 물청소, 채소밭 만들기, 각종 건축 폐기물 버리기 등이 끝났습니다. 공사 중에는 삽질 등 노가다 일이 많았는데도 건장한 남학생들은 거의 오지 않아서 여학생들의 손으로 정원 가꾸기와 마당 청소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라브리 공사를 위해 몇 달 동안 수 십 명의 기술자들이 수고하셨으며, 이웃 사람들은 정원에 심을 꽃과 나무도 선물해 주셨습니다.
바깥 일이 많은지라 매일 오후만으로는 모자라서 매주 토요일은 하루 종일 일하는 날로 정했는데, 저를 포함한 여러 학생들이 처음에는 일을 어찌해야 하는지 몰라 많이 헤맸습니다. 당황스럽게도 머리와 몸이 말을 안 듣더군요. 다들 책상 앞에만 앉아서 일하고 실제 세계(물리적)에서 사물을 다루며 몸으로 일해 본 경험이 거의 없고, 그런 쪽에 머리를 쓴 적도 거의 없어서 그랬지 않을까요?
‘온전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초반에는 온몸이 쑤시고 힘들어 예배 때 졸기도 하고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맨소래담 로오숀’을 잔뜩 바르고 자기도 했고, 손바닥에 물집이 불어터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학기 마지막으로 가니 “일당을 벌어올 수 있을 정도로 노가다 일꾼이 다 되었다.”는 인경 간사님의 인정을 받을 정도로 다들 솜씨가 나아진 것 같습니다.
지난 학기에는 동물들이 수난을 당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어미 고양이 두 마리가 한꺼번에 새끼를 낳았는데, 한 어미 고양이가 버린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 세 마리를 학생들이 먹이고 씻기고 돌봤는데도 일주일 만에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다른 어미 고양이 새끼 다섯 마리는 무럭무럭 커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마당 물청소 중에 흰 산비둘기 한 마리가 잘 날지도 못하고 눈도 다쳐서 찾아왔는데, 새장에 넣고(고양이와 개로부터 지키기 위해) 먹이도 줬지만 다음날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학기 마지막 밤에는 진돗개 두 마리를 잃어버렸는데, ‘킹’은 결국 돌아오지 않고 같이 없어졌던 ‘맵시’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죽거나 잃어버린 동물들을 생각할 때 참 마음이 아픕니다.
양양의 전인석 목사님과 장혜원 사모님께서 주일 예배와 화요일 저녁식사와 주일 저녁 영화 비평회를 맡아 주셨습니다. 솔밭에서 드리는 야외예배에도 초청해주셨는데(저는 작년 이맘 때 이 솔밭 야외예배에 왔었는데, 1년 후 다시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정말 미래는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라브리 식구들이 덕분에 실컷 고기를 먹었는데, 정말 안타깝게도 의진이는 고기를 굽느라 제대로 못 먹었다고 합니다. 전목사님 부부가 교회와 공부방 아이들을 돌보는데 지치지 않도록 기도해 주세요.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여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여학생들이 대다수인 학기는 한국 라브리 20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특수한 현상인지 아니면 새로운 변화의 시작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 라브리 역사 상 예약 취소가 가장 많았던 학기였다고 합니다. 외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오려고 했으나 두 명 밖에 오지 못했습니다. 한국 라브리가 지부 안식년을 맞아 6개월간 쉬게 되니 그전에 오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게 예약을 했으나 결국 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안타까워하지 마시고 다음에 다시 예약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을에 오려고 했던 세 명의 아프리카 가나 학생들은 올해 12월 26일에 시작되는 겨울학기로 예약을 변경한 상태입니다.
지난 학기는 개인공부 및 그룹스터디, [인간: 하나님의 형상]에 집중한 학기였는데 마지막 주에는 몇 학생들이 공부한 내용을 이틀에 걸쳐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송미씨는 그간 잘못된 영성에 노출된 결과 수동적인 신앙생활을 해왔던 원인을 분석하고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 및 하나님의 인도에 대해 생각을 새롭게 정립하는 내용을, 저는 쉐퍼의 [존재하시며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형이상학적 필연성을 공부하며 동의한 부분과 아직 동의 안 된 부분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학기 헬퍼로 열심히 일한 은미씨는 섬김에 대해(섬김의 의미와 그 대상이 될 사람들에 대해 이해를 돕는), 주동씨는 낸시 피어시의 [완전한 진리]에 나온 ‘사실/가치의 문제’가 현재 공교육 사회 과목에서 나타난 현상을 발표했습니다. 간사들과 학생들뿐 아니라 이웃 교회 목사님들과 사모님들도 참석하셔서 다양한 질문과 토론이 있었습니다. 발표 후에는 그동안 수고했다고 서로를 안아주며 격려해주기도 했습니다.
학기 초에 왔던 젊은 부부들이 힘든 시기를 잘 견디고 진리와 사랑 안에서 든든한 가정을 세워갈 수 있도록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기 도중에 돌아가게 된 진씨가 ‘왜 인간이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남은 휴학기간 동안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송미씨는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데 임상심리사가 되기 위해 공부할 계획입니다. 공부하며 결심한대로 더 이상 수동적인 신앙이 아닌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지만 인간의 책임 또한 다하는 삶을 실제로 살아나갈 수 있도록 그리고 함께 그 길을 걸어갈 친구들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정심이(제 동생)는 다시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되었는데 바른 기독교 세계관의 기초 위에 신앙과 삶을 세워나갈 수 있게 기도해주세요.
저를 위해서는 쉐퍼가 [존재하시며 말씀하시는 하나님]에서 주장한 ‘기독교가 최선의 답이 아닌 유일한 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은미씨는 가구 디자인 공부에 관심이 많은데 앞으로의 진로를 위해, 올 하반기에 유익한 시간 갖도록 기도해주세요. 주동씨는 분당에 있는 한 대안 학교 교사직에 2차 합격을 했는데 앞으로 6주간 교육 후 있을 최종 결과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1년 6개월 뒤 이슬람국가에 선교사로 나갈 예정인 승진씨가 필요한 훈련을 잘 받고 무엇보다 ‘물 한잔 마시는 것도 영적이다, 꽃밭에 물을 주는 것도 영적이다.’라는 바른 성경적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인경, 경옥 간사님을 위해 특별히 기도해주세요. 아시다시피 라브리에서의 삶은 역동적이고 다양하지 않습니까? 북새통 속에서 겨우 잠시 쉬려는데 연락도 없이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던지, 내일 오기로 한 포클레인 아저씨가 오늘 갑자기 나타나 일을 한다든지, 밤늦게 말썽부리거나 안 자는 학생들 덕분에 새벽 2~3시에 일어나야 한다든지 등등 그동안 너무나 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시달리며 일하시던 분들이라 휴식이 필요합니다. 의진이는 내년에 볼 검정고시와 ‘제도권 교육의 벽을 넘을 가치가 있는가?’를 씨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의진이가 동기부여가 되고 의지가 생긴다면 저와 은미씨, 주동씨가 한두 과목씩 돕기로 했습니다.
지난 3월 처음 공사 시작할 때보다 자재와 인건비가 하루하루 오르는 것을 보며 원자재 상승으로 라브리만 아니라 온 나라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이번 공사로 보강된 옹벽과 새로 만든 수로가 태풍과 집중 호우에도 잘 버텨주길 바랍니다. 지난번 라브리 데크 공사를 맡아 주신 한삼영 사장님이 이번에도 전체 공사 감독을 해 주셨습니다. 감사하게도 몇 분이 공사비를 보태 주셨으나 아직도 공사비가 모자라는 상태입니다. 모자라는 공사비를 하루 속히 갚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한국 라브리 지부 안식년이 올해 6월 말부터 12월 25일까지입니다. 간사들이 쉬는 기간 동안 굶지 않도록 매주 쓸 것이 공급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새해부터 라브리 사역을 함께 할 간사 부부들 및 싱글 간사들, 헬퍼들을 보내주시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라브리는 간사를 헤드 헌팅이나 스카웃 제의로 뽑지 않고 적임자가 지원하기를 기도한다고 합니다.) 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2008년 6월 22일
최정원 올림
L'Abri Newsletter, July 2008
Dear Praying Family,
How are you? My name is JungWon Choi, and I have been a helper at Korean L’Abri since May of last year. (I had also studied here for one term in 2002.) Inkyung and Kyungok kindly gave me the opportunity to write a prayer letter this month, so let me tell you about what’s going on here and also ask for your prayer on behalf of the L’Abri family in Yangyang.
The construction work that began in March is now almost done, and the only part that still needs work is the entrance. The retaining wall behind Inkyung and Kyungok’s home, the stairs up the wall, the embankment along Jongchul’s Valley, the wooden bridge across the stream, and the garden are all complete; and we have also gotten rid of all the dust and waste from the construction. There was a lot of physical labor to do, but we had very few men among the students. So the women had to take care of all the cleaning and gardening. Dozens of professionals, of course, were involved in the construction throughout the spring. Neighbors also sent us flowers and trees for the new garden. At Korean L’Abri, we used to work every afternoon. But there was so much work to do, that we decided to devote the whole day to work every Saturday. The problem was that none of the students knew how to work with our hands and feet. We had studied and worked at the desk all our lives; the physical world was totally new to us. We had pain all over our bodies, and many of us dozed off during Sunday service the next day. But by the end of the term, our skills had improved to the point that Inkyung said we should consider becoming real construction workers.
Meanwhile, our animals suffered a lot – though not necessarily because of the construction. Both of our cats bore kittens this spring, but three of them were abandoned by their mother and died in the first week despite our efforts to help them. The other five, however, are alive and well. One day, a dove arrived on our garden badly hurt and unable to see. We kept her away from the dogs and cats, and we tried to feed her, but she died the next day. Then on the last night of our term, both of our trusty Jindo dogs were stolen. Mapsi broke loose and found her way home, but King is nowhere to be found. We feel very sad for the animals we lost. They were such good friends to all of us.
Pastor Jeon of Yangyang Methodist Church and his wife Heawon offered to take charge of Sunday services, Tuesday suppers, and film discussions. All of us were also invited to a special outdoor service in the pine forest. (I was also at Pastor Jeon’s outdoor service last year, but I never thought I would stay long enough to attend it twice. Really, you never know which way your life will turn next.) The service was followed by a barbecue party, but unfortunately Euijin was responsible for cooking. What that’s supposed to mean is that Euijin, who has the biggest appetite among us, wasn’t able to eat as much as he wanted to, believe it or not. Anyway, please pray for Jeons who also run a study room for local children, so please pray for God to replenish him always with the energy he needs.
According to Inkyung, this spring marks the first time in 20 years that women formed the majority of students here at Korean L’Abri. We do not know if this new trend will continue or if it’s just a special occasion. The last term was also one with the most cancellations in the history of Korean L’Abri. Many students wanted to visit us from abroad, but only two made it to Yangyang. It seems that a lot of them were in a hurry to make reservations, because we announced that this branch will be closed for the next six months for a much-needed sabbatical. We hope that those who couldn’t come don’t get disappointed. Three Ghanaian students who were planning to visit in the autumn have changed their reservations to after Christmas.
In the last week, we had a two-day seminar during which we discussed essays written by several students. Songmi identified wrong spirituality as a cause of her passive spiritual life, and talked about the relationship between God’s authority and leadership on the one hand and our responsibilities on the other. Eunmi, who also served as a helper this term, gave a talk about the meaning of service and those whom we serve. Judong, a schoolteacher, applied the “problem of facts and values” as discussed by Nancy Pearcey to the reality of public education in Korea. I talked about Schaeffer’s He Is There and He Is Not Silent, which I’d been reading, and explained what I now understand about “metaphysical necessity” as well as those parts which I still can’t get myself to agree. Not only workers and other students but also pastors and family from local churches joined our seminar to ask questions and participate in discussions. After the seminar, we embraced and encouraged each other for the hard work we’d done.
Please pray for the young couples who visited us in the early part of the term that they can build a good family with love and in the Truth. Please pray for Jin who had to leave in the middle of the term that she eventually finds the true answer to her question, “Why should we live?” Please pray for Songmi, an English teacher now, who wants to become a clinical psychiatrist. Please pray that, as she said in her seminar, Songmi learns to acknowledge both God’s authority and her own responsibilities in deciding which way to go; and that she finds good companions on her chosen path. My sister Jungsim has been going to church since last month. Please pray that she founds her faith and life on the correct Christian worldview.
As for me, please pray that I can get to know, as Schaeffer says in his book, that Christianity is not only the best answer but the only answer. Eunmi is interested in studying furniture design, and she hopes to make up her mind in the next few months. Please pray that her time will not be wasted. Judong has applied for a position in an “alternative school” (which does not follow the usual curriculum). He is now attending a six-week course for alternative school teachers, after which a decision will be made regarding his application. Please pray for him. And also for Seungjin, who will begin missionary work in an Islamic country in a year and a half: that he should be armed with all the necessary training and also with the True Christian worldview.
Please pray especially for Inkyung and Kyungok. Life at L’Abri is a little too dynamic for their fragile bodies to endure. Whenever they find a moment to take a rest, somebody opens the door and looks for them. Construction workers who are not supposed to arrive until the next day will suddenly show up and make all sorts of noise. There are always students who wake them up at 2 o’clock in the morning. They have been hard at work for the last two decades, and they are very exhausted. Please pray that this year’s sabbatical helps them regain their strength. Euijin, now 17, is supposed to be an exam this year in order to earn his high school diploma. He is concerned not so much with how he’s going to overcome the limits of public education as with whether or not it’s worthwhile to try to overcome it in the first place. Provided that Euijin has the motivations to study, Eunmi, Judong, and I are ready to help him with various subjects.
When we began the construction in March, we didn’t expect the cost of labor and materials and to skyrocket as much as they have done. Inflation in Korea is at an all-time high; not only L’Abri but the entire country is having a hard time. Please pray that our costly efforts pay off in the form of safety this summer, when the usual batch of torrents and typhoons hit. Mr. Han, who supervised the construction of the balcony two years ago, also oversaw the construction this year. Several other people also helped us mitigate the rising cost of constriction, but we are still in the red. Please pray for God to send us the funds that are necessary for keeping this place safe. Our branch sabbatical will last from late June until Christmas. Please pray for an adequate gift of supplies during this period. Please also pray for God to send us new workers (both singles and families) and helpers to assist Inkyung and Kyungok. It is L’Abri policy not to actively recruit workers but to wait and pray for God to pick the right
people for us. Several people have shown interest, but none have braved the adventure of joining us as workers. I wish you a very happy summer.
Yours sincerely,
JungWon Choi
Translated by Kijin Sung